보고서 존재 자체에는 이견이 없다. 쟁점은 보고서가 공소유지에 필요한 통상적 업무로 볼 수 있느냐 여부다. 당시 대검수사정보2담당관이었던 보고서 작성자는 "정상적 업무 수행이었다"고 주장했다. 25일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을 통해서다. 공판검사들에게 담당 재판부의 재판 진행방식이나 선고경향을 숙지하도록 하는 것은 통상적 업무라고 덧붙였다. 내용도 법조인대관과 언론기사,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해 뽑아냈고, 공판검사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전화로 문의했다는 것이다. 미행이나 뒷조사 같은 불법 사찰은 없었다고 항변했다. 보고서에 담긴 '물의 야기 법관'은 조 전 장관 사건 담당 판사와는 관련이 없을뿐더러, 공판 검사들 사이에 알려져 있던 내용이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그는 "공소유지를 위해 수집되는 정보도 수사정보의 일환"이라면서 수사정보정책관실의 업무범위 지침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의문점은 남는다. 가족관계라든가, 개인취미, 진보성향의 법관모임 가입 여부 등 판사 개인의 성향과 관련한 정보까지 수집한 것을 선의로만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 헌법과 법률에 의거해 오로지 양심에 따라 재판해야 할 법관에게 무언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설사 관행이었다 해도 정당화되는 것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재판부 불법 사찰'을 기정사실화하면서 국회 국정조사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이낙연 대표는 "시대착오적이고 위험천만한 일이 검찰 내부에 여전히 잔존하는지 진상을 규명하고 뿌리를 뽑아야겠다"면서 국정조사 검토를 지시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행정부 소속 검찰이 사법부를 불법 사찰했다는 것을 도대체 어떻게 용납하느냐"면서 국정조사와 특별수사 추진을 거론했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개인의 약점이나 공격 소지에 해당할 수 있는 민감정보를 수집해서 유통하는 것은 과거 정보기관에서 하던 전형적인 불법사찰 행위"라고 한 걸음 더 나갔다. 하지만, 당장 국정조사 추진에 들어갈 것 같지는 않다. 관련 보고서가 통상적 업무에 속하는지를 놓고 법무부와 대검 및 작성자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좀 더 사실관계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도록 윤 총장을 압박하는 인상이 더 짙다. 민주당이 법무부의 징계 절차를 먼저 지켜보겠다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민주당은 이번 조치가 윤 총장을 무리하게 찍어내기 위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는 만큼, 정확한 사실 규명에 집중하고 과도한 공세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대검 감찰부는 수사정보담당관실 직원들의 컴퓨터를 확보해 포렌식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정치권은 불필요한 공방은 삼가고 일단 결과를 지켜보길 바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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